넌 날 기억하지 못한다.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삼촌은 날 숲으로 데려가 활을 쏘는 법을 가르쳐주셨다. "매형은 도시 사람이니까 이런 거 모르겠지," 삼촌은 낮게 중얼거리곤 했다. "하지만 만일 뭔 일이 있으면 적어도 넌 굶어죽진 않을 거다." 삼촌은 파이프 담배를 물더니 후, 하고 숨을 내뱉었다.

넌 날 기억하지 못한다, 아스타리온. 어쩌면 그건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어린이의 몸에 맞춘 작은 활의 시위가 오래돼서 저절로 끊어졌을 즈음, 나는 가정교사 앞에 앉아 수학하며 이따금씩 창 밖에서 나를 유혹하듯 초록빛으로 빛나는 숲을 바라보곤 했다. 봄철의 여린 새싹과 풀내음의 매혹적인 노래는 내가 법학대학을 들어갔을 즈음 끊겼다. 그저 또 하나의 계절이 왔고, 곧 시험이 다가온다는 뜻일 뿐이었다.

넌 날 기억하지 못한다, 아스타리온. 어쩌면 그건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널 기억하니까.

젊은 법관으로 임용된 후 난 젊은 법관들과 만나 지역사회의 고충과 이런저런 문제를 듣곤 했다. 난 흰 머리의 엘프를 기억한다. 나는 너를 기억한다, 아스타리온. 넌 대화를 하다가도 다소 연극적인 말투로 민원인이 이런 말을 했다며 과장되게, 재치있게 표현하곤 했다. 나는 네가 휴일에는 벼룩시장에서 이것저것 구경하는 걸 좋아한다고, 세월이 쌓인 모습이 이 전에는 누가 이걸 썼을까, 어떤 사연이 있을 까 궁금해지게 한다고 웃으며 말하던 모습을 기억한다. 나는 네 죽음을 기억한다. 나는 뒷골목에서 발견된 핏자국과, 뚱하고 언짢은 표정으로 묶인 채 날 바라보던 거르족 청년들과, 그들이 숨을 헐떡거리며 몸부림치다 교수대에서 축 늘어지던 모습을 기억한다. 나는 관 뚜껑이 닫히기 직전 보이던 네 파리한, 굳어버린 얼굴과 삽을 들어 흙을 덮던 나와 네 동료들을 기억한다. 나는 묘지가 훼손됐다는 연락에 인상을 찌푸리곤 거르족 짓이냐고 묻던 순간을 기억한다.

넌 날 기억하지 못한다, 아스타리온. 어쩌면 그건 좋은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아마 법관보다는 발더스 게이트를 구원한 레인저로 기억될 것이다. 나는 늙었고, 아무와도 연애하고 싶지 않으며, 조용한 삶을 살고 싶기에 이는 정말로 애석한 일이다. 내 손에는 활보다 깃펜이 어울리고, 지난 몇 달간의 모험도 내 생각을 바꾸진 않았다. 즐거웠지만, 다시 일상, 혹은 그 비슷한 것으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나는 네 행복을 바란다, 아스타리온. 네가 내 앞에 잡혀올 일이 없길 바란다. 너를 죽였다며 신나하는 경비원에게 공정한 판단을 내릴 자신이 없기에, 절대 그런 일이 없길 바란다. 언더다크에서 평안히 지내기를 바란다. 가끔 도시에서 악한의 시체가 강에 떠올랐다는 보고가 들어온다. 나는 그게 네가 한 일인지 궁금하지만, 넌 아마 어떻게 하나하나 다 기억할 수 있겠냐며 콧방귀를 뀌겠지.

넌 날 기억하지 못한다, 아스타리온.

앞으로도 쭉 그러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