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아이는 작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덜컥 걱정이 먼저 들었다. 이 아이도 죽어버리면 어떡하지? 라는 생각이 다른 것 보다 먼저 들었다. 미약하게 우는 아이를 안아들자 아이의 약한 맥박이 그의 손을 타고 느껴졌다. 이번이 마지막 시도였다.
만일 이곳이 언더다크였다면, 그는 씨가 약하다는 이유로 다른 남자로 갈아치워졌으리라. 아니, 애초에 아내와 엮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녀는 귀족이었고, 그는 보잘것없는 평민이었으니까, 손끝이 닿는다면 그것은 하룻밤의 유희였을 것이다. 그는 가끔 자신 때문에 아내가 고생만 하고 사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했다. 언더다크에서, 온갖 귀한 음식과 옷감, 보석으로 치장하고 살아갈 수 있었는데, 그렇지만 아내는 지금이 더 행복하다고 했다. 그게 위안이 되는 날도 있었고, 아닌 날도 있었다.
그는 가끔 자신이 더 강하기를, 더 체구가 단단하기를, 더... 그가 대체 뭘 바라는지 그는 확실치 않았다. 가냘프고 얇은 체구에 겨울엔 콜록거리는 일이 다반사인 그를 아내가 마음에 뒀다는 것 자체가 기적이었다. 하지만 정말로 만일 그가 더 강하고 건강했다면, 그들의 많은 아이들이 부모를 놔두고 홀로 먼 길을 떠나거나, 아예 세상에 등을 돌린 채로 태어나는 일은 없지 않았을까. 그럴 때마다 아내는 당신의 잘못이 아니라고 했다. 어쩔 수 없는 일이며, 다시 낳으면 된다고 했지만... 그는 아내가 잦은 출산과 임신으로 몸이 허해지는 모습을 더 이상은 보고 싶지 않았다. 마치 그의 탓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해보고 싶은 듯한 임신과 출산의 반복이었다. 그게 그를 종종 흔들고, 많이 괴롭게 했다.
그의 아내는 겨우 정신을 차린 채 아기를 바라보며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이는?" 그는 아내의 목소리에서 옅은 떨림을 느꼈다. 작은 아이가 숨을 들이쉬고 내쉴 때마다 어리다못해 여린 가슴이 위아래로 움직였다.
뭐라고 말해야 할까? 살아있어? 두 돌을 넘기지 못한 채 죽은 아이들이 기억났다. 그는 그저 고개를 끄덕이곤 아내에게 아이를 넘겼다. 아내는 마치 아이가 뼈와 살, 피로 이뤄진 게 아니라 오리 솜털로 뭉쳐져 빚어진 것처럼 조심스레 아이를 안았다.
"딸이네. 예쁘다."
"당신을 닮아서 그런가봐."
"새벽별."
"응?"
"그렇게 부를래. 새벽별. 동이 트기 전에 마지막으로 밤하늘을 밝히는 별, 좋잖아."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 별이라, 좋은 이름이었다. 눈을 찌르는 듯한 태양이 뜨기 전 가장 늦게까지 남아 반짝이는 새벽별, 마지막 아이인 만큼 더욱 밝게 빛나길 바라며 그는 상체를 기울여 아이의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겼다.
둘 사이에는 아무 말도 없었으나, 필히 같은 생각을 하고 있었을 것이다. 이번 아이는 오래 살기를, 두 돌을 넘기기를, 오래 살아서 언젠가 엄마, 아빠, 하고 부르는 목소리를 듣고 싶었다. 건강하게, 활기차게 자라기를, 그 외에 둘이 바라는 것은 없었다.
그저 새벽별이 영원토록 빛나기를 바랄 뿐이었다.
이름을 짓기 전에 별명부터 짓는 게 이상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부부는 온갖 화려하고 멋진 이름을 지어줬다가 떠나가버린 아이들을 생각하며 아이를 새벽별이라 부르기로 했다.
II.
작고 연약했던 아이는 무럭무럭 자랐다. 부부는 더 바랄것이 없었다. 아이가 세 살이 되었을때 부부는 기쁨과 희망에 휩싸여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러다 그녀의 남편은 기쁨에 젖어 소리를 질렀다. 건강하고 튼튼한 아이였다.
그녀는 아이가 커가는 모습 하나하나를 조각상을 만들듯 마음속에 새겨갔다. 처음으로 이빨이 났을 때, 뒤집기를 성공했을 때, 아이가 기어다니던 모습, 첫 걸음마에 성공하곤 꺄르르 웃던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