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가 더 이상 예전만큼 잘 웃지 않는다. 다른 아빠가 세상을 떠난 다음부터 늘 그랬다. 아빠는 나랑 이것저것 이야기하다가도 멍하니 창밖을 보는 일이 잦아졌다.
나도 다른 아빠가 너무 보고 싶다. 누나나 형은 아빠랑 친했지만, 나는 다른 아빠랑 더 친했다. 아빠는 나하고 검술 연습을 해줬다. 말도 처음 태워줬다. 나랑 달리기 시합도 했었다. 다른 아빠는 나더러 많이 살이 붙었다고 뿌듯해하곤 했다.
형은 나하고 나이차이가 많이 나서 말을 걸기 무서웠다. 형은 켈렘보르의 클레릭이기도 했다. 형은 매일같이 죽은 사람을 보고 장례식을 진행한다. 그것도 형하고 대화하기 무서운 점 중 하나였다. 어차피 요새 형은 신전에서 밤 늦게 집으로 돌아와서 대화를 나눌 시간이 없었다.
나는 형 대신 누나에게 말을 걸기로 결정했다.
“누나, 나… 슬퍼. 마음이 이상해. 구멍이 난 것 같아.” 누나는 책에서 고개를 들고 나를 바라봤다.
“나도.”
“…”
우리는 잠시 침묵하며 바닥을 바라봤다. 누나의 손이 내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다브난, 너무 힘들면 나한테 와서 새끼 손가락을 쥐어. 알겠지? 우리 모두 힘드니까, 같이 힘들다는 걸 알면 좀 기분이 나아질 수도 있어. 그러면 내가 이렇게 널 쓰다듬어줄게.”
“…알겠어.”
“아빠한텐 말하지 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