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이에게 요리를 해줍시다.

먼저 질 좋은 양 어깨살 1.5kg의 근막을 뜯고, 먹기 좋은 크기로 썰어내요.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한 다음 로즈마리를 뿌립시다.

큰 냄비를 꺼내 기름을 두르곤 양고기에 간이 되는 동안 셀러리 400g, 양파 2개, 당근 3개를 잘게 다지고 중불에 볶읍시다. 당근을 씻고 껍질은 벗겼죠? 조심해서 벗겨야 해요. 이젠 당근 껍질을 벗기다가 다치면 치유해줄 남편도 옆에 없잖아요, 그쵸? 양파가 숨이 죽기까진 5분 정도 걸릴 거에요. 그동안 양파를 잘라서 눈물이 나오는 거라고 얼굴을 닦으며 합리화합시다. 마늘 6쪽을 다져서 넣고 1분간 볶아요.

양고기를 넣고 볶다가 갈색이 되면 토마토 페이스트 45g, 어제 당신이 마시곤 울면서 세상을 원망하다 지쳐 남긴 레드 와인 125ml를 넣어봅시다. 10분이 지나면 남편이 2달 전에 만들어놓고 냉동했던 양고기 육수 500ml를 넣고 망연자실해서 점점 더 남편이 남긴 게 없어지는 게 아닌가 불안과 슬픔에 잠겨봐요. 그리곤 월계수잎과 오레가노도 넣고 당신이 다시 울다가 아이들이 곧 집으로 올 것이라고 정신 차릴 4시간 동안 약불로 천천히 끓입시다.

여름이어서 덥기 때문에 불 앞에 오래 있으면 힘들어요. 아이들 앞에서는 너무 슬퍼하면 안 되니까 세수를 하고 감자 4개의 껍질을 벗기곤 숭덩숭덩 잘라 넣습니다. 감자가 부드러워지면 아이들이 올 시간이 될 거에요. 당신은 어른이잖아요. 당신이 엄청나게 슬퍼도 당신은 아이들에겐 그 일부밖에 보여줄 수가 없어요. 아이들의 슬픔도 헤아려 줘야죠. 당신과 남편 사이에 남은 가장 귀중한 건 아이들이 아니었나요? 언제까지 과거의 기억에만 갇혀 살 건가요? 남편이 이런 걸 원할까요? 남편은 당신이 정신을 차리고 아이들이라도 제대로 키울 것을 원할 겁니다.

그릇 네개에-다섯개가 아니라 네개에요! 이젠 남편이 곁에 없으니까요. 잊지 마세요, 아이들에게 설명하기 어려울 거에요.-수프를 잘 담아 식탁에 내려놓읍시다. 자리 하나가 비어 있죠? 신경이 쓰이면 그쪽으로 꽃병을 옮겨요. 당신의 남편은 수선화를 좋아했는데, 이젠 여름이어서 꽂을 수선화가 없네요. 수선화따위, 다시는 보기 싫지만, 당신은 내년에 수선화를 사서 담아놓곤 하염없이 바라볼 거에요. 그건 당신이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답니다. 빈 꽃병을 바라보다 수프 위에 파슬리를 뿌리고 사워 크림을 내와요.

어서요, 아이들이 거의 다 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