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또 한 번, 또 한 번 넘겼다. 계속 넘겼다.
아주 오래 전에 카엘렌이라는, 아니 카엘렌 본가드라는 소서러가 있었다. 그는 어리고, 이상주의적이었고, 좀 답답한 곳이 있었다. 아스타리온은 목걸이를 열어 카엘렌의 초상화를 바라봤다. 그림 속의 그는 갈색 피부에, 검은 머리와, 옅은 주근깨, 그리고 금빛 눈을 가지고 있었다.
아주, 아주 오래 전이었다. 마지막으로 400년 전에 본 카엘렌은 흰 머리에, 피부도 옅어졌고, 눈도 흐려졌었다. 초상화가 없었다면 아마 아스타리온은 첫 반려의 젊은 시절 모습을 잊었을 것이다. 카엘렌은 마지막으로 그에게 계속 사랑하라고 했었다.
그래서 그는 그 이후에 또 누군가와 사랑했고, 그 사람이 죽은 후에는 또, 그 다음엔 또… 계속 사랑을 이어갔다. 마치 비가 오고 해가 나오고 구름이 끼고 또 해가 나오듯, 세상은 카엘렌의 말처럼 사랑으로 가득 차 있었다. 다만… 영원히 젊게 사는 그와 달리 그가 사랑하는 이들은 죽고 늙어갔다.
지겨워서 그만 살까, 싶을 때도 있었으나 그럴 때마다 아스타리온에게는 새로운 친구, 연인, 가족이 생겨났다.
마치 매일마다 해가 새로 뜨듯이 말이다.
카엘렌이 라샌더를 믿었기서 그런가? 꼭 기분이 안 좋을 때, 기분이 흐릴때에 새로운 누군가가 나타났다. 아스타리온은 믿지도 않는 라샌더 석상을 바라봤다. 오래되어서 이곳저곳 침식되고 풍화된 석상을 달빛 아래에서 계속 바라보다, 라샌더는 언데드의 기도 따위 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피식 웃곤 등을 돌렸다.
그러나 카엘렌, 넌 내 기도를 듣겠지.